[] “셀프 조사, 허위 경위서”… 故 현승준 교사 유족, 제주교육청 고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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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애 기자 | 입력 2026.04.24 17:23
악성 민원·과로에 스러진 故 현승준 교사
순직 인정 후에도 유족 방치·허위 경위서 의혹
[미디어제주 = 김은애 기자] 고(故) 현승준 교사가 숨진 지 11개월째인 24일, 유족과 교사유가족협의회, 법률대리인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을 향한 전면 고발에 나섰다. "교육청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도 모자라 남겨진 유가족마저 행정 폭력으로 두 번 죽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학교 관련자 및 제주교도육청을 상대로 형사 고발이 예고된 상황.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사건을 짚어보자.
악성 민원과 139시간의 과로
현승준 교사는 제주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제주시 소재 한 사립중학교에서 20년 가까이 과학을 가르쳤다. 과학 동아리를 운영하고 기간제 교사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던 그는 주변에서 "조용하고 섬세한 사람"으로 통했다.
사건은 2025년 3월 시작됐다. 무단결석과 흡연 문제로 한 학생을 생활지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학생 측 가족은 이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최대 10차례에 달하는 항의 전화를 걸기 시작했고, 민원은 현 교사가 숨진 직전까지 두 달 넘게 이어졌다. 같은 기간 현 교사는 3학년 부장·담임·교과 담당을 동시에 맡고 있었다. 1월부터 사망 이틀 전까지 초과근무 시간은 139시간 52분으로 추산됐다. 최근 3년 평균의 두 배가 넘는 수치였다.
5월 19일 밤, 두통을 호소하며 병가를 문의한 현 교사에게 교감은 "민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병가를 쓰면 오해받을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병가 거부였다. 이 통화 녹취록은 이후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된다.
2025년 5월 22일 새벽, 현 교사는 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책상 위 유서에는 반복된 악성 민원으로 인한 심적 고통이 담겨 있었다. 유족은 "단순한 자살이 아닌 사회적 타살"이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순직 인정을 요구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 2년 만에 반복된 교육 현장의 비극이었다.
허위 경위서, 솜방망이 징계
사건 이후 교육청은 27일이나 지나서야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조사는 교육청 내부 인원 중심으로 진행됐고, 처음 조사단에 포함됐던 유족 측 2명은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자진 사임하게 된다. 이후 조사단에 유족 입장을 대변할 전문가를 포함해달라 요청하며 인사를 추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조사단은 유족 측 인사 없이 구성되어 운영되기에 이른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된 학교 경위서에는 현 교사가 스스로 "다음 주에 병가를 쓰겠다"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 녹취록에는 교감이 먼저 "학부모 민원이 해결된 뒤 병가를 내는 게 낫겠다"며 연기를 종용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유족과 제주 6개 교사·학부모 단체는 올해 1월 교육청을 상대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교육청이 발표한 진상조사 결과는 민원 대응 실패와 병가 만류, 과중 업무를 인정하면서도 학교 관리자 두 명에 대한 경징계 요구에 그쳤다. 학교 법인은 이마저도 교장 '견책', 교감 '징계 없음'으로 마무리지었다. 이에 도교육청이 교감 징계 수위에 대한 재심의를 요청했고, 최근 '견책'으로 수정 확정됐다.
순직, 인정은 됐지만
올해 1월 말, 사학연금재단 순직심사위원회는 현승준 교사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유족에게 순직 인정은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었다. 교육청이 순직 심사 과정에서 아무런 지원도 하지 않은 탓에 변호사·노무사 비용, 휴대폰 포렌식 비용 등 모든 준비 비용을 유족이 혼자 감당해야 했다. 보상금을 받아도 비용을 제하면 지출액이 더 큰 상황이 예상된다.
"학생 죽음엔 됐고, 교사 죽음엔 안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 박두용 씨는 세 가지 사례를 들어 교육청의 이중잣대를 비판했다.
2017년 제주에서 학생 사망 사건이 났을 때 교육청은 시민단체와 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 진상조사위원회를 즉각 구성했다. 학생의 죽음에는 됐던 일이 교사의 죽음에는 '규정상 불가'가 됐다. 인천 학산초 사건에서는 교육감의 결단으로 유족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 조사위가 운영됐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학예에 관한 감사규칙 제10조'에는 외부 전문가를 감사담당자로 위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유가족 측은 "법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진실이 두려워 법을 안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제주 물류센터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도 있다. 도지사는 직접 유족을 방문해 위로했고, 긴급 생계비 약 300만 원을 즉시 지급했다. 반면 교육청은 현승준 교사 유족에게 장례비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유족은 장례비를 빚으로 해결했다.
교육감 발언도 도마 위에
유가족 측은 김광수 당시 제주교육감(현재 교육감 예비후보)의 면담 발언도 이날 공개했다. 진상규명과 순직 심사 지원을 요청하는 유족에게 교육감이 "마른 낭(나무)에 물 짜려 하면 안 된다"고 했다는 것.
공황 증세로 동행인을 요청한 며느리에게는 "유가족분이 지금 미성년자입니까?"라고 반문했다고. 유족 측은 이 과정에서 심각한 PTSD 증세를 얻어 수일간 쓰러져 있었다고 밝혔다.
유가족 법률대리인 "형사고발 불사할 것"
유가족 법률대리인 이윤우 변호사(법무법인 진수)는 교육청의 진상조사 결과보고서를 "직무유기 은폐와 책임자 면죄부를 위한 조작 문서"로 규정했다. 교감이 허위 경위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은 형법상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인데, 교육청이 이를 단순 실수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허위 경위서를 작성한 학교 관리자와 이를 묵인한 교육청 관계자를 상대로 형사 고발 및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포함한 모든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바란다
유가족과 교사유가족협의회는 네 가지를 요구했다. 기존 진상조사 결과 폐기 및 독립 조사위원회 재구성, 허위 경위서 작성 관리자와 이를 묵인한 책임자 파면 및 형사 고발, 교육청 법무팀의 직접 법률 지원, 경찰·소방·군인 등 타 공직군에 준하는 순직 예우 시행이다.
현 교사의 어머니는 이날 "아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그 억울한 진실을 밝히고, 서류를 조작하며 책임을 회피한 관리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원할 뿐"이라며 "아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그날까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출처 : 미디어제주(https://www.mediajeju.com)